ADHD 아이와 함께 체험하기 - 싱가포르 '송 오브 더 씨' 공연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ADHD 증상이 있는 우리 아이는 평소 집중력이 부족하고 불안감이 많았지만, 체험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에 대해 체험을 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감각적인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을 고려했는데, 그렇게 찾아낸 곳이 바로 센토사섬에서 열리는 '송 오브 더 씨(Songs of the Sea)'공연이었습니다.

송 오브 더 씨 공연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실로소 해변(Siloso Beach)에서 열리는 유명한 멀티미디어 쇼였습니다.

바닷가 모래 위에 마련된 객석에서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공연은 단순한 불꽃놀이가 아니라, 물과 불, 레이저, 음악,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진 최고의 야외 공연이었습니다. 우리는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하여 맨 앞줄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모래사장에 앉아 밤바람을 맞으며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도 신이 나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깔깔 웃었습니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송 오브 더 씨' 공연

[ 송 오브 더 씨(Song of the Sea)의 환상적인 이야기 ]

드디어 송 오브 더 씨(Song of the Sea)의 환상적인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는 바닷속 마법 세계로 변했습니다. 주인공 '리'는 마법의 힘을 가진 신비로운 인어공주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소년이었습니다. 그의 여정에는 다양한 바다 생명체들이 등장했고, 그것을 바닷가 위에서 레이져로 너무 근사하게 그려서 표현을 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특수효과도 함께 강렬하게 펼쳐졌습니다. 가장 임팩트 있었던 장면은 거대한 불꽃이 모래밭속에서 터져나오면서, 하늘을 가르며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와아!” 하고 소리를 질렀고, 공연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불과 물이 조화를 이루며 춤추듯 움직이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연 그 자체였습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인어공주가 등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닷속에서 레이저와 조명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빛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그 순간 모든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도 넋을 잃고 바라보며 “진짜 인어공주 같아!” 라며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에는 슬픈 장면도 있었습니다. '리'가 인어공주를 만나지 못하고 길을 헤매는 장면에서 아이는 너무 슬퍼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아! 얼른 만나져야 할 텐데.." 라며, 숨죽이며 그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곧 용기를 내어 다시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아이의 표정도 다시 밝아졌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아이에게서 저는 앞으로 아이가 발전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이야기 속 감정선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해내는 긍정적인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 싱가포르 대표맛의 세계 - 전통 칠리크랩과 하이난 치킨라이스 ]

그렇게 환상적인 공연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아직 감동의 여운에 젖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계속 이야기하며 “진짜 멋있었어!”라고 연신 말했습니다.
배가 출출해진 우리는 센토사섬에서 유명한 해산물 요리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인 매콤맛 칠리 크랩(Chili Crab)을 주문했고, 아이는 처음에는 여기 레스토랑의 칠리크랩은 좀 더 붉은빛의 양념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매울까 봐 걱정했지만 한 입 먹어보고 엄청 맛있어라며 게살을 발라 먹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크랩요리를 먹으려면 너무 비싸서 강원도 여행을 갈 때 어쩌다 한번 먹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게살맛을 맛보는 것인데, 살도 많일 적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크랩요리가 발달해있어서, 어디에서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한번 일반적인 칠리크랩 요리를 맛보았다면, 이번에는 좀더 매콤한 맛이어서 또다른 색다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매콤한 칠리크랩 소스를 빵에도 발라먹으면서 특별한 소스맛에 대해 한창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거기 직원의 안내로는 이 소스안에는 토마토와 칠리소스를 함께 섞어서 독특한 맛을 내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블랙페퍼크랩이라고 해서, 후추가 가미된 크랩은 또 색다른 맛이니 다음에는 그것도 먹어보라고 추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하이난 치킨라이스(Hainanese Chicken Rice)도 함께 멌는데, 여기에는 잘 익힌 닭고기에 고추와 쪽파를 썰어넣었는 데, 특유의 싱가포르식 칠리소스와 적당히 짭짤한 간장소스가 어우러져서 독특한 맛을 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이 하이난 치킨라이스를 한입 베어물며, 공연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공연에서 본 명장면들을 이야기하면서 “나도 저런 마법을 부릴 수 있으면 좋겠어, 인어를 레이져쇼로 그려주니까 그게 너무 특이했어!” 라며, 특이했던 점과 자기가 주인공이라면 인어공주에게 어떻게 했을 것 같다는 등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욱 풍부해지는 것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싱가포르 해변가에서의 연극관람 체험 후, 아이의 긍정적 변화 ]

송 오브 더 씨 공연을 관람한 후, 아이는 감정 표현이 더욱 자연스러워졌고, 공연 속 이야기와 장면을 기억하며 설명하는 능력도 향상되었습니다. ADHD를 가진 아이들은 때때로 집중력이 부족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이런 감각적인 경험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공연을 본 후 아이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공연 속 캐릭터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이 느낀 점을 표현하면서 아이는 점점 더 자신감을 얻는 듯 보였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장면을 감상하면서 미적 감각도 키울 수 있었고, 다양한 색감과 음악을 경험하면서 감각적인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의 이 특별한 경험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정서적 성장과 창의력 발달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게 되었고, 그래서 저희는 이러한 체험이 ADHD아이의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더 느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꼭 싱가포르 여행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하는 연극 관람도 가족이나 엄마와 함께 종종 체험시켜 주고, 함께 감상포인트에 대해서 눈 맞춤해 주면서 이야기를 나눠줄 때, 정서적으로도 더욱 안정되고, 아이의 사고력과 인지력도 깊어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앞으로도 이렇게 아이의 감각을 깨우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여행을 자주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